법대를 다니면 배우게 되는 큰 이슈 중 하나가 바로 사형제도 존폐 문제와 안락사 허용 여부 문제이고, 저도 법대 재학 시절에 위 쟁점에 대해 배운 기억이 나는데, 최근 안락사 허용 문제, 안락사 합법화 문제 등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고, 글로벌적인 쟁점이기도 합니다.
[안락사의 정의]
안락사는 개념적인 의미는 '아름다운 죽음'을 가진 단어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는 의미는 '불치의 질병 등에 걸려 더 이상 치료가 무의미하거나 생명유지가 큰 고통이 될 경우 직, 간접적으로 대상자를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인위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안락사는 존엄사, 조력사 등 여러가지 다른 용어로도 사용되기도 하지만, 통상 안락사라고 통칭하는데, 사회적, 법적으로 안락사는 크게 적극적 안락사와 소극적 안락사로 구별됩니다.
1. 소극적 안락사
소극적 안락사는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의학적으로 더 이상 의미가 없는 치료의 중단을 의미하거나(이를 존엄사라고 정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명유지에 필요한 산소호흡기, 약물투여를 중단해 죽음에 이르도록 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해 보면, 환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기 위한 적극적, 작위적 행위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행위를 하지 아니하여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므로, 이런 관점에서 "소극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2. 적극적 안락사
이에 반하여 적극적 안락사는, 불치병의 환자나, 아주 극심한 고통의 환자, 또는 의식이 없는 환자에 대해 의사 등 안락사를 수행하는 사람이 환자의 고통 등을 덜어주기 위한 방편으로 생명을 단축시키고자 능동적으로 치사량의 약물 내지 독극물 등을 주입하는 안락사를 의미합니다.
위와 같이 안락사를 수행하는 사람이 환자 등의 생명을 단축시키기 위해 능동적, 작위적으로 독극물 등을 주입하기 때문에 이런 관점에서 "적극적"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안락사의 허용여부]
1. 적극적 안락사 허용여부
적극적 안락사는 법적인 관점에서 보면 살인에 해당하는 범죄행위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법률에서 다른 특별한 규정이 있지 아니한 이상 적극적 안락사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적극적 안락사는 명백한 불법으로서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해외의 사례를 보면 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의외로 있습니다.
대표적인 나라가 네덜란드로서, 최근 네덜란드 총리 부부가 동반 안락사를 선택하여 매우 큰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8155
드리스 판 아흐트 전 네덜란드 총리가 2024. 2. 10. 자택에서 부인과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는데, 당시 위 총리 부부는 몸이 매우 아픈 상태였고, 부부가 같이 세상을 떠나기 희망하여 안락사를 통해 같은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위와 같이 적극적 안락사도 허용하는 국가들의 입장은, 대부분 개인의 자유를 매우 중요시하는 가치를 가진 나라들로서, 개인이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일종의 권리라는 것이고, 극심한 고통이 삶을 능가할 정도가 되면 개인이 자유롭게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2. 소극적 안락사 허용여부
위와 같이 소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가 점차 늘어가는 추세는 사실로 생각됩니다.
우리나라도 아래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소극적 안락사도 살인방조 내지 살인죄 등으로 처벌하였지만, 현재는 합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안락사에 대한 찬성, 반대 입장]
안락사에 대한 찬성과 반대 입장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안락사에 대한 찬성 입장
(1) 환자의 고통 경감 및 안락하게 죽을 권리 인정
현대 의학기술의 수준으로 치료를 해도 삶이 개선될 수 없는 시한부 환자나, 극심한 고통을 동반하는 환자의 경우 연명치료를 강제하는 것은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이 되므로, 안락한 임종을 맞이하게 해 주는 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2) 환자 가족들의 경제적 고통 경감 등
또한 환자의 가족들은 만약 불치의 환자에 대해 연명치료를 계속 하게 될 경우, 낫게 될 가능성, 희망은 전혀 없음에도 천문학적 치료비용을 지출하게 되어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큰 손실일 뿐만 아니라, 희망이 없는 환자의 연명치료를 보는 것도 희망고문이라는 것입니다.
(3) 안락사 허용 요
생명에 대한 경시풍조는 안락사에 대한 허용요건을 엄격하게 하고, 제도적으로 개선을 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으므로,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4)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의사들이 가망이 없는 환자들에 대해 연명치료에 집중하는 에너지를 다른 환자에 집중할 수 있고, 안락사를 통해 사망하는 환자의 장기를 다른 환자들에게 이식하여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찬성입장이 있지만, 결국은 위 4가지의 점으로 귀결됩니다.
2. 안락사에 대한 반대 입장
(1) 생명경시 풍조 현상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생명은 가장 중요한 가치임에도 안락사를 허용할 경우 생명 경시 풍조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합니다.
즉, 생명은 가장 고귀한 가치임에도, 안락사를 허용하게 되면 생명을 쉽게 포기할 수 있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생명경시 풍조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이는 사회적 문제로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것입니다. 예컨대 우울증을 앓고 있는 빈곤계층, 많은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 계층 등에 대해 안락사를 하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2) 범죄 악용
안락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만약 안락사를 허용하게 되면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매우 높다고 주장합니다. 즉, 경영권 승계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경우, 안락사를 통해 정적을 제거할 수 있거나 보복 범죄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내용은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오기는 한 것 같네요.
(3) 의사의 오진 가능성
안락사 허용은 환자가 불치병이거나 극심한 고통을 경감해 줄 수 없다는 의사의 판단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의사도 사람인 이상 오진의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하고, 만약 의사의 오진임에도 안락사를 허용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결과가 도출되므로 안락사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4) 헌법위반
헌법은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인간의 기본권 중 가장 중대한 기본권은 바로 '생명권'인데, 안락사는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것으로서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사형제도에서 반대론자들의 논거와 사실상 동일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소극적 안락사 문제]
1. 우리나라에서 안락사 문제가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배경 - 보라매병원 사건
1997년경 넘어져 머리를 다친 사람이 보라매병원에서 응급 뇌수술을 받은 이후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고 있던 중, 부인이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면서 퇴원을 요구하였고, 의사는 인공호홉기를 제거하면 바로 사망하게 되고, 의식이 돌아올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극구 만류하였지만, 부인은 아주 완강하였고, 결국 보라매병원은 사망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고 환자를 퇴원시켰지만, 환자는 인공호흡기 제거 후 사망하였습니다.
그 후 하급심법원은 환자부인은 살인죄(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의료진에게는 살인방조죄(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를 인정하였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습니다.
위와 같은 대법원 판례가 나오게 되자, 그 동안 소생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된 환자를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퇴원시키던 병원이 퇴원을 거부하게 되어 사회적 이슈가 되기 시작하였고, 이에 따라 존엄사, 안락사 등의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2. 우리나라에서 시행 중인 안락사법 - 연명의료결정법
위와 같은 사회적 이슈 이후, 여론조사를 하였는데, 소극적 안락사를 찬성한 입장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이에 따라 의회는 엄격한 요건 아래에서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정식 명칭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이 대부분인데,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안락사법안을 통과시켜 시행 중에 있기 때문에, 소극적 안락사 허용국가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위 법률의 정의규정을 읽어보시면 대충 감이 오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임종과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아니하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
2.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란 제16조에 따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자를 말한다.
3. "말기환자(末期患者)"란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근원적인 회복의 가능성이 없고 점차 증상이 악화되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으로부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진단을 받은 환자를 말한다.
4.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말한다.
5.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아니하거나 중단하기로 하는 결정을 말한다.
6. "호스피스ㆍ완화의료"(이하 "호스피스"라 한다)란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질환으로 말기환자로 진단을 받은 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이하 "호스피스대상환자"라 한다)와 그 가족에게 통증과 증상의 완화 등을 포함한 신체적, 심리사회적, 영적 영역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를 말한다.
가. 암
나. 후천성면역결핍증
다. 만성 폐쇄성 호흡기질환
라. 만성 간경화
마. 그 밖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질환
7. "담당의사"란 「의료법」에 따른 의사로서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이하 "말기환자등"이라 한다)를 직접 진료하는 의사를 말한다.
8. "연명의료계획서"란 말기환자등의 의사에 따라 담당의사가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사항을 계획하여 문서(전자문서를 포함한다)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9. "사전연명의료의향서"란 19세 이상인 사람이 자신의 연명의료중단등결정 및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직접 문서(전자문서를 포함한다)로 작성한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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